일본 추석 (お盆)

1997/8/22


1. お盆이란…?

한국의 추석은 설날과 함께 한국 2대 명절중 하나로 꼽힌다. 이때 사람들은 일제히 고향으로 성묘를 떠나 전국은 마치 민족 대이동과도 같은 양상을 띠게 된다.

이런 명절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는 핼로윈이 미국 추석이라 할 수 있으며(미국의 민족 대이동은 비행기로 이루어진다는데…), 일본에서도 오봉(お盆)이라고 하는 명절이 있어, 역시 추석과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

오봉은 추석보다 한달쯤 빨라 뙤약볕이 되게 내리쬐는 한여름에 있으며, 그 기원도 추석과는 다르다.

오봉 기간에는 조상의 영혼을 영접하여 집에 있는 부쓰당(佛壇)에 모시고, 오봉이 끝날 때 다시 보낸다. 나의 고향에서는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영혼을 영접하는 의식이나 보내는 의식이 있는 지역도 많다고 한다.

영혼을 영접할 때는 무까에비(迎え火)를 대문 앞에 켜놓고 조상의 영혼을 맞이한다. 그리고, 오봉이 끝날 때는 조상의 영혼을 다시 저승으로 보내는데, 그때 등불을 켜놓고 바다나 강물에다가 띄우는 도오로오나가시(燈籠流し)는 자못 환상적이다.

지역에 따라 본다나까자리(盆棚飾り)를 만들어서 제사같은 것을 하는 곳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제사 같은 제사는 지내지 않고 불단에 등불을 켜놓고, 오는 사람마다 향을 태워 불단 앞에 꽂고 합장한다. 그 때 사람마다 방식이 틀려서, 천태종(天台宗)에서는 향을 한 사람이 세개씩 태우는데 창가학회(創價學會)는 하나밖에 태우지 않는다고 어머니가 분개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2. お盆의 기원

오봉은 원래 우라봉(盂蘭盆:한국어에서는 '우란분')이라고 하여, 이 단어는 범어의 ullambana (울람바나:거꾸로 매달림)에서 왔다는 불교 행사이다. ‘우란분경(盂蘭盆經)'이라는 불경이 이 행사의 직접 근거가 되어 있다.

'우란분경'에 따르면, 목련 존자(目蓮 尊者)가 그의 어머니가 죄를 지어 아귀도에 떨어져 있을 때에 그를 구하기 위하여 석가의 가르침에 따라 7월 15일의 자자(自恣) 때 백 가지 음식을 분에 담아 수행(修行)이 끝난 중들에게 공양(供養)했더니, 그 중들의 위대한 공덕으로 인해 모친이 성불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람분의 원어 뜻이 '거꾸로 매달림'인 이유는 그 어머니가 아귀도에서 거꾸로 매달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고사(故事)를 본받아, 7월15일에 조상의 성불을 기원하여 민가와 절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분에 담아 조상의 영전이나 부처에게 공양하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6세기에 이 행사가 시작되었으며, 일본에서는 7세기에 전래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경전인데, 원어인 범어로 쓰여진 원전이 전해져 있지 않고, 티베트어로 번역된 것도 없으므로, 아쉽게도 우란분경은 위경(僞經)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전은 5세기경 중국 또는 서역(西域)세서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란분'은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순수히 불교적인 행사로 남아 있지만, 일본에서는 범국민적인 행사로 변하어, 그 뜻도 상당히 토속화되었다. 따라서 현재 일본인에게 오봉의 기원이 무어냐고 물어 보아도 아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꼭 음력 7월 15일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양력 7월 15일 또는 8월 15일을 중심으로 어느 정해진 며칠 동안을 조상을 모시는 것이 보통이다.

3. 墓參り

오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까마이리(墓參り:성묘)다.

나도 한국에 오기 전에는 매년 성묘를 갔었다. 일본의 묘역은 보통 절 안에 있으며, 묘를 관리해 주는 것도 보통 절이다.

매년 오봉 때면 절 주변은 온통 매미 소리였으며, 뙤약볕에 뜨겁디 뜨거워진 묘비를 식히려고 물을 뿌리면 금방 말라 버리곤 하였다. 묘역은 거기서 쓰러지면 한쪽 신발을 두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발을 디딜 때마다 신경이 쓰이곤 하였다. 이는 한국에서 묘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풍경과 매우 대조적일 것이다.

그리고는 그 절 근처에 있는 친척 집에 가서 시원한 소면이라든가, 튀김 등을 먹곤 하였다. 어렸을 때는 꽤 나이 드신 할머니가 계셔, 우리가 찾아 가면 나의 아버님에게 몇번이고 큰절을 하셨다. 아버님도 큰절을 하셨는데, 현관에서 두 사람이 서로 큰절을 나누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는 이상하게 보였었다.

한국 추석의 성묘가 어린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오봉 성묘는 고달픈 일이었다. 왜냐 하면 뜨거운 한여름의 햇살을 쬐면서 기차역까지 걸어가 거기서 또 열이 난 디젤카로 몇 정거장 간 다음에 전철로 갈아타서 몇 정거장 더 가야 했는데, 거기서 또 버스나 텍시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이면 몰라도, 한여름의 성묘는 어린 아이들을 충분히 탈진 시킬 만한 ‘장정’이었다. 한때는 전철역에서 그 친척집까지의 3.5 킬로미터를 걸어간 적도 있었다.

지금은 큰 길도 많이 뚫려 집에서 차를 가지고 30분 정도면 가는데, 그때는 우리 집에도 차가 없었고, 교통도 지금에 비해 상당히 불편했던 시절이라, 그렇게 멀지 않은 친척 집까지 가는 것도 몇 시간이 걸리는 힘든 일이었다.

4. 盆踊り

그리고 한 가지 또 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봉오도리(盆踊り)라는 축제 행사다. '봉'은 오봉이며, '오도리'는 '춤'의 뜻이다. 이는 하나의 민속 춤인데, 동네 사람들이 저녁에 유까따(浴衣)라고 하는 예쁜 무명 홑옷을 입고 모여 망대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춘다.

보통 신사나 절 구내에서 거행하며, 통나무를 짜서 높이 3~4m 정도의 망대를 만들고, 그 위에 북을 올려서, 민요 같은 음악(레코드로 재생된다)에 맞춰서 북을 친다.

봉오도리의 원뜻은, 조상과 그 밖의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저승으로 다시 보내자는 데 있었다. 저승에서 찾아온 영혼들이 이승에 있는 후손들과 함께 즐겁게 춤추고 다시 저승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봉오도리의 뜻은, 일반적으로 노오료오 봉오도리따이까이(納凉盆踊り大會)라고 불리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시원한 저녁 바람을 즐기자는 데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분위기를 무척 좋아해서, 멀리서 봉오도리 음악이 들려 오면 어디서 하는지 궁금해서 자전거를 타고 그 현장을 찾아가곤 하였다.

어떤 상가에서는 절도 신사도 아니라 분수대가 있는 광장의 분수대 위에 망대를 만들어서 봉오도리를 했고, 주위에는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날 무렵 약 30분 동안, 활짝 피었다 사라지는 화려한 불꽃늘이를 계속 쏘아 올려 밤하늘을 장식하였다.

사람들은 봉오도리에 나가기 바로 전에 목욕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야 몸도 땀 때문에 끈적거리지 않고 상쾌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누 냄새와 모기향 냄새 등이 물씬 풍기는 봉오도리 회장의 분위기는 취할 만하다. 봉오도리가 동네에서 하는 행사여서, 아직 머리가 마르지 않은 유까따 바람인 아가씨들이 많이 나온다. 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금붕어와 같다고 생각했었다.


한국의 추석은 유교에서 나와 초가을에 있고, 일본의 오봉은 불교에서 나와 한여름에 있다. 그 뜻이 서로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오봉'을 '일본 추석'이라고 부르는 것도 '추석'을 '한국 오봉'이라고 부르는 것도 망설이게 된다.

다만,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마음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차이점만 강조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만, 이때문에 자칫하면 공통점이 안 보이게 된다. 추석과 이렇게 다른 오봉에서 여러 분은 또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을까?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技術時代" 1997년 제5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