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생들

2008년 11월 4일(화) "명전대학보" 제 293호 게재


한국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몇 가지 에피소드만 들어서는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경험하는 한편, 한국에 오기 전까지 살아 온 일본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 학생들의 특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선생님’을 높이는 습관과 적극적인 태도인 것 같다. 선생님을 높이는 습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스승의 날’이다. 이런 날 자체가 일본에는 없기 때문에 나로서는 스승의 날을 통해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스승의 날이 너무 어색해서 조만 간 없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도 스승의 날에 대한 지지는 단단하며, 이것을 없애려는 조짐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스승의 날에 대한 문화 충격은 1990년에 한국에 온 후 15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다. 어학당에서 일본어를 가르쳤을 때도 대학원에서 공부했을 때도 스승의 날을 직접 경험할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학생에게서 선물을 받았을 때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도 어쩌다가 한 번씩 하는 스승에 대한 조그마한 감사의 표시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명지전문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스승의 날’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스승의 날이라는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행사에서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가사 내용에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다는 대목이 있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한국인 교수님들에게는 이런 행사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 이런 행사는 아주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에 어떤 분은 매우 좋아하고, 또 나와 같은 사람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당혹해 한다. 스승의 은혜가 하늘같다는 대목은 그렇게 되라는 질타와 격려의 말로 들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까지는 될 수 없다는 느낌에 당황스러웠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방긋방긋 웃으면서 나와 내 옆에 서 있는 교수님들을 향해 그 노래를 끝까지 부른다. 이것은 학생들의 입을 통한 그 가사를 만드신 분의 질타와 격려다.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다.

선생님을 높이는 이와 같은 태도는 어른을 높이는 태도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점에서 교사나 교수는 어른인 셈이다. 한국인 교수님들은 요즘 학생들이 옛날 학생들에 비해 교수를 많이 높이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도 아직은 교수를 스승으로 높여주는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른을 높이는 나머지 연장자를 꺼려하는 태도가 되기도 하는 것이 내가 관찰한 한국 학생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어른들은 위엄이 있다. 그 위엄이 때로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가까이 하기 어렵게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나의 오해일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은 한국의 어른들의 그 위엄 때문에 왠지 다가가기가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또 교수님과 함께 있는 학생들이나, 상사와 함께 있는 직원들이 아주 조용하거나, 교수님이나 상사가 나가면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래서 나도 학생들이 나와 함께 있을 때 너무 조용하면 같이 있기가 미안해진다. 이럴 때 한국의 어른들은 고독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런 어른들을 모두가 피하기만 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과감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꽤 많다.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가르침을 요청하거나 그저 교류만 할 때도 있고, 이해 관계가 있을 때 자기 입장을 떳떳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 한국 학생들의 두 번째 특징인 적극성이 나타난다. 어떤 분이 나에게 ‘한국에서 제자는 aggressive해야 돼요’라고 충고해 주신 것도 생각난다.

이와 같은 적극성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태도에 나타난다. 이것은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꽤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나는 잘 못한다.

우리 일본어과에서는 일본학생과의 교류회를 가끔 가진다. 보통 한두 시간 정도의 짧은 교류 시간이 있는데, 어느 날 교류회에서 헤어질 때가 되니 서로 너무 아쉬워했고, 심지어는 어떤 일본 학생이 가기 싫다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이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사람은 원래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는데 예의나 배려를 너무 강조하는 나머지 서로 벽을 쌓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벽을 우리 학생들이 헐어 버린 것이다.

내가 한국에 이유 모를 매력을 느끼면서 내 전공과 관계없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결국 한국에 오게 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